
‘국내 3위’ 대신 선택한 유망주다.
김학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두고 칼을 갈았다. 직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40년 만의 배드민턴 종목 ‘노메달’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다르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을 필두로 여자 복식 2위 백하나-이소희, 3위 김소영-공희용 조가 ‘메달’을 넘어 정상까지 바라본다. 남자복식 서승재-강민혁(4위), 혼합 복식 서승재-채유정(4위)도 충분한 ‘금빛 스매시’ 후보라는 평가다. 한국은 배드민턴에 걸린 7개 금맥을 모두 탐낸다.
단체전 승리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이를 위해 사령탑이 여자 단체전에서 꺼내든 승부수가 있다. 바로 단식 3번째 주자를 맡은 김가람(21·KGC인삼공사)이다. 단체전은 단식 3번, 복식 2번을 엮어 5전3선승제로 치러진다. 안세영과 김가은(18위)이 단식에 나서는 가운데 마지막을 채워줄 퍼즐이 바로 그다.
성장하는 유망주다.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고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올해 4월만 해도 세계 랭킹은 457위에 불과했다. 서서히 올라섰다. 북마리아나 오픈에서 개인 첫 국제대회 우승을 빚어 등반을 시작했다. 5개월 만에 123위를 찍었다. 절대적으로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등반 속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김학균 감독도 이를 주목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마지막 카드로 국내에서 3번째로 세계 랭킹이 높은 심유진(36위)이 아닌 김가람을 택했다. 경험치를 먹이면서도 당장 결과를 낼 수 있는 자원으로 봤다.
이에 부응하듯 첫발을 잘 디뎠다. 29일 열린 여자 단체전 8강 몰디브전에서 3경기 단식에 출전해 마침표를 찍는 2-0 승리를 만들었다. 두 세트 합 4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상대가 약체긴 했지만 뜻깊은 데뷔전이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가람은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첫 경기를 뛰었다. 긴장 많이 했는데 경기하면서 많이 움직이니 조금은 괜찮다”며 수줍게 웃었다.
마치 그를 반기듯 경기장은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자국을 응원하기 위한 중국 홈팬들이 대다수였다. 그야 어떻든 김가람은 이 정도 관중 앞에서 경기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정말 손에 꼽는 경험이다. 게다가 그 와중에 들려오는 한국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가끔 이름만 불러주셔도 너무 설레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가람은 개인전 출전 없이 오로지 단체전에 집중한다. 마침 대진운도 따라 메달 기대감이 올라간다. 중국과 일본이 반대편 토너먼트에서 올라온다. 4강에서 두 나라가 맞붙고 한국은 태국을 만난다. 조기 탈락 우려를 지웠다.
그는 “대진이 잘 나온 건 맞다. 하지만 경기는 해 봐야 아는 것이다. 어제(28일) 미팅에서도 준비한 만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대회 준비하면서 각자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도 있다. 그래도 힘들지만 운동 열심히 하면서 치열하게 준비했다. 좋은 성과 있었으면 좋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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