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보다 결연하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23일 오후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제19회 아시안게임의 개최지 항저우에 입성했다.
인도네시아, 카타르, 일본과 함께 D조에 편성된 한국은 오는 26일 인도네시아전으로 대망의 첫 삽을 뜬다. 이어 28일 카타르전, 30일 숙명의 한일전이 추일승호를 기다린다. 입국을 알린 대표팀은 본격적인 훈련과 현지 적응에 들어간다.
입국 후 취재진을 만난 추일승 감독은 “군인들은 전투에 나가면 (당연히) 이겨야 하지 않나. 운동선수는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의미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걱정은 있다.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원치 않은 명단 교체가 있었다. 각각 발목, 무릎 통증을 겪던 문성곤(KT)과 송교창(상무)이 각각 양홍석(LG)과 변준형(상무)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이 다함께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대표팀의 에이스 허훈(상무)은 “아직 12명이 함께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아픈 선수들도 있어서 겨우 5대5를 맞춰서 연습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큰 문제는 아니다. 허훈은 “선수들 모두 밝은 분위기에서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어린 친구들이 파이팅이 넘쳐서 분위기도 좋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추 감독도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다. 금메달을 따본 베테랑들이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전파하고, 젊은 선수들은 과거처럼 선배 기세에 눌리는 것 없이 제 할 것을 다 해준다.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의도치 않게 경각심을 다지는 계기도 있었다. 같은 구기종목인 남자배구가 지난 22일 12강 파키스탄전 패배로 충격의 탈락을 맛본 ‘항저우 참사’ 때문이다. 1966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회 연속 메달 행진을 달리며 강자로 군림하던 한국 남자배구가 추락한 순간이다.
추일승호에도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 사령탑은 “선수들이 항저우 도착해 그 뉴스들을 접했다. 그에 대해 자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농구 또한 동남아라고 해서 최약체로 여기는 선입견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없애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허훈도 “확실히 경각심이 들었다. 남자배구에 분명히 안 좋은 일이다. 우리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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