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출항 후 첫 승리를 맛봤다. 역시 해결사는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오만전에서 첫 승을 기록한 홍명보호는 소집을 해제한다.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9월 A매치에 소집된 26명 중 손흥민 등 해외파는 소속팀이 있는 나라로 각각 출국한다. 조현우(울산) 등 K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내파 12명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꼭 필요했던 승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브스 경기장에서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황희찬(울버햄튼), 손흥민, 주민규(울산)의 슈팅이 골문을 차례로 흔들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챙겼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팔레스타인전의 0-0 무승부의 아쉬움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그러나 2연전에서 홍 감독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대거 드러났다.
◆해결사의 부담
손흥민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황희찬에게 패스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도왔다. 한국이 초반 기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선제골 이후 추가 골이 나오지 않았다. 오만의 측면 공격이 조금씩 살아나며 정승현의 머리를 맞는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도 답답했다. 찬스는 있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후반 36분 페널티아크 부근 상대 밀집 수비 사이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았다. 잠시 균형을 잃었으나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오만 골대를 갈랐다. 후반 추가시간 11분에는 주민규(울산)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오만전은 손흥민의 ‘원맨쇼’였다.
위기에서 번번이 팀을 구하니 해결사일 수밖에 없다. 8경기가 남은 3차 예선 내내 손흥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혼자 짊어진 부담이 너무 크다. 황희찬과 이강인(PSG)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 둘을 살릴 수 있는 전술이 필요하다.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대표팀 평균 나이가 30살에 육박하는데도 홍 감독은 여전히 손흥민‘만’ 찾는다. 세대교체 시도조차 없었다. K리그 영건 양민혁(강원)과 미드필더 정호연(광주) 등은 그라운드를 밟지도 못했다. 손흥민을 포함한 주축선수들은 2경기 연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국의 목표는 예선 통과가 아니다. 2년 뒤 월드컵 본선까지 바라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주전들의 체력 관리 실패, 경험 쌓지 못한 새 얼굴들에 대한 믿음 부재가 염려된다. 언제까지고 손흥민이 한국의 멱살을 잡고 끌고갈 수 없는 노릇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산 넘어 산
바쁘다. 홍 감독은 다음 A매치 소집 전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단점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되짚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전 상대 진영에서 수차례 공을 뺏기며 위기를 자초했던 순간, 공격부터 수비까지 간격이 넓게 벌어지면서 역습 찬스를 허용한 순간 등 문제점을 돌아봐야 한다. 또 오만전 전반 중반부터 후반 초반까지 밀렸던 시간도 기억해야 한다. 승리의 기쁨에 안도할 시간이 없다. 10월10일 1위를 다투는 요르단과 원정 경기를 치른 뒤 15일 안방에서 이라크와 맞붙는다.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뽑아낼 수 있는 전술이 필요하다.
해명의 시간도 홍 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24일 국회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현안 질의에 대한축구협회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했다. 이제껏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정몽규 축구협회장도 명단에 포함됐다. 주요 질의 내용은 홍 감독의 선임을 둘러싼 과정이 공정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떠난 뒤 7월 홍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홍 감독은 스스로 대표팀에 가지 않을 뜻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결국 감독직을 수락했다.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선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그간 다수의 외국인 감독이 사령탑 자리를 원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전에선 홍 감독과 정 회장을 향한 야유가 끊이질 않았다. 대중적 관심이 높은 만큼 축구협회를 향한 문체위 위원들의 날 선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내용이 ‘국회 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라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9월 A매치가 끝났지만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홍 감독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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