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해고 즉각 철회하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임원 가혹행위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협회는 ‘보복성 징계’ 논란까지 휩싸인 상황이다. 노조는 해고자 3명을 대동한 기자회견을 열어 협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노조는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회 유치 실패와 재정난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공론화한 직원들이 도리어 징계 대상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회장은 수천만 원을 들여 해외 호화 출장까지 다녀왔으면서, 정작 책임은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희생양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화선은 전 고위임원 A씨였다. 상습 폭언과 퇴사 압박을 일삼았던 것이 지난해 말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지난달 해임됐다. 사건이 신고된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노조는 “국민적 공분이 아니었다면 뒤늦은 사후약방문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노조는 “가해자의 강압으로 작성된 시말서를 근거로 피해자들을 대거 징계했다”고 밝혔다. 반면 협회 측은 “징계는 정당했고, 노조와 언론이 허위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고자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B씨는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 시상 항목 누락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대회 현장에서 김원섭 협회장에게 두 차례 대면 보고 후 최종 승인된 사안이었다. 시상 항목을 삭제하라는 결정은 협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었으며, 당시 보고 자리에는 다른 직원도 함께 있었으나 협회장은 이제 와서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외부 후원사 대표의 협박성 발언이 해고 사유로 둔갑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심 과정에서 당시 협박성 발언의 근거를 증빙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징계위에서 거부당했다”고 호소했다.
C씨는 병가 선수 복귀 규정 안내 과정에서 보고 누락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내용을 바로잡아 (당시) 고위임원 A의 결재까지 받았지만, A는 사건이 불거지자 ‘승인받은 내부 기안 내용을 삭제하라’는 등 되레 은폐하려고 했다”며 “시말서 내용 수정도 강요받았다”고 했다.
이 사안은 2023년 1월 발생했다. 협회 사무조직규정 제17조(징계사유의 시효)에 따르면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징계의결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징계위에선 “해당 문제점을 인지한 시점 기준으로 한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미 징계 시효가 지난 사안을 억지로 끌어냈다고 지적했다.

D씨는 ▲직원 생일자 쿠폰 지급 지연 ▲세금 신고·납부 지연 ▲KPGA빌딩 입주사 입대료 미납에 대한 금전적 손실 ▲협회장 해외출장 비용 집행 지체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 가운데 구조적 인력 공백과 상부의 결재 지연, 그리고 임원 A의 폭언과 강압적인 요구 속에서 발생한 일들로 개인 과실로만 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해고의 핵심 사유로 눈여겨볼 점은 김 협회장의 지난해 영국-파리 해외출장 비용 집행이 지연됐다는 부분이다. 당시 출장 비용 중 차량 렌트비와 관련한 금액은 모 여행사가 일괄 정산했지만, 파리 숙박비는 KPGA가 직접 국제골프연맹(IGF)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 당시 담당자였던 D씨는 “협회장이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아 관련 비용을 신속히 집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당초 파리 올림픽 출장 예산으로만 약 2200만원이 책정되었으나, 영국 일정까지 추가되며 실제 지출된 출장비용은 약 6600만원을 넘어섰다는 것. 더불어 “협회장은 D씨를 회장실로 불러 비용 집행이 지연되었다며 거칠게 윽박질렀고, 닫힌 문 밖에서도 사무국 직원들이 들을 만큼 고성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김 협회장은 2024년 7월15일부터 8월6일까지 약 3주간 영국과 프랑스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디오픈 챔피언십, 더 시니어오픈, 파리 올림픽 참관이 일정의 명목이었지만, 노조가 확보한 정산 내역서에 따르면 해당 출장에 사용된 전체 비용은 약 66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한 9일동안 이용한 렌트 차량은 ‘벤츠 V클래스’로 하루 이용료만 약 250만원. 이 기간 현지 기사 채용 및 기타 부대비용까지 더한 금액은 약 2700만원에 육박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더욱이 해당 모 여행사는 협회장이 취임 전부터 관계가 있던 미국의 현지 업체로 알려졌다. 이는 회장 개인 인맥과 관련이 있는 업체에 협회 예산이 쓰인 정황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협회장의 호화 해외출장 논란이 있는 사안임에도 비용 집행이 늦었다는 사유를 들어 직원을 해고했다. 이는 조직을 위한 합리적 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협회는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으로 발생한 약 6~7천만 원 규모의 임금체불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사무국 직원들의 임금도 제때 주지 않은 협회가 수장의 3주 해외출장에만 6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사용하고, 그중 절반 가까이를 짧은 기간 고급 차량 운영 비용에 쏟아부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회 유치에 대한 어려움과 재정난 이유를 들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해고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협회가 언론에까지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발송한 공문에는 ‘기사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이를 두고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언론 자유의 침해라는 심각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허준 KPGA 노조위원장은 “부당해고와 언론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일부 직원은 생계와 가족까지 위협받고 있다. 부당 징계에 대한 원상복귀를 바란다. 해고자들이 복직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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