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은 온몸이 땀에 전 채로 경기를 소화하고, 관중들은 휴대용 선풍기와 꽝꽝 얼린 물병으로 버틴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다시 찾아왔다는 의미다. 폭염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다. 한국의 여름도 해마다 더워지고 있다. 시작되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끝나는 시점은 늦어지는 양상이다.
프로스포츠 역시 쨍쨍한 태양을 피할 수는 없다. ‘불청객’ 무더위는 선수의 체력과 집중력은 물론, 대회 일정과 운영 전반까지 영향을 준다.
프로야구는 12일 대전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짧은 휴식기에 들어간다. 습도 높은 더위 속 후반기에 치열한 순위 싸움은 계속된다. 선수단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KBO리그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폭염 경기 취소가 나온 바 있다. 지난해 8월2일 울산 LG-롯데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더그아웃 내 온도계는 섭씨 50도에 달했다. 잔디 온도를 두고 ‘펄펄 끓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사무국은 올 시즌 정규리그 혹서기(7~8월)의 주말 경기 개시 시간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6시로 변경했다. KBO 관계자는 “매년 이상 기후로 인해 무더위가 지속되며 야구장을 찾는 팬들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무더위 장기화를 경계한다. “지속되는 무더위와 관람객 및 관련 종사자,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9월 이후 경기도 추후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단들도 관중들의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고심 중이다. 올 시즌 ‘야구장 속 수영장’이라는 이색 풍경이 더해진다. 한화는 신구장에 인피니티 풀을 조성, 8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경기 관람과 동시에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으로, 시범 운영(1~3일)을 거쳐 팬들에게 본격 개방될 예정이다.
찜통더위는 축구장도 피해가지 않는다. 선수 보호를 위한 쿨링 브레이크(워터 타임)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프로축구 K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규정에 따르면 경기감독관은 하절기(6~8월) 기간 쿨링 브레이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경기 시작 20분 전 기온을 측정해 섭씨 32도 이상의 경우, 심판진과 협의해 실시 가능하다. 더불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월 2025년도 제2차 이사회를 개최해 경기 중단 사유로 ‘폭염’을 추가했다. “하절기 이상고온현상 발생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울산 HD가 출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은 미국에서 개최 중이며, 무더운 날씨가 고민거리다. 미국 전역이 열돔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낮 시간대 경기 편성으로 선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내년 6~7월 예정된 북중미 월드컵 또한 ‘역대급 더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홍명보호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장시간 야외에 머무는 골프도 더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경기 시간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종의 혹서기 휴식을 두기도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경우 지난달 29일 종료된 KPGA 군산CC 오픈 이후 7월부터 대회가 없다. 오는 8월28일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으로 재개 예정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스포츠 전반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단순 계절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을 포함해 대회사와 리그, 구단, 팬들까지도 모두가 ‘여름나기’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 진검승부에 적잖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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