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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딸과 같이 콘서트 갑니다”…‘극성맘’도 함께 큰다 (4050세대 ‘덕질 어게인’)

입력 : 2025-06-30 17:02:00 수정 : 2025-06-30 16: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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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도 000의 팬이야.”

 

아이가 친구에게 툭 던지는 말이 낯설지 않다. 10대의 전유물이었던 이른바 ‘덕질’이 가족 간의 소통 창구로 변화하고 있다. 가족 팬덤, 가족 콘서트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세대 차이→세대 공유

 

온 가족이 함께 K-팝을 즐기는 시대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아이돌을 응원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일은 세대 간 단절을 줄이고,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오히려 아이돌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가정 내 소통의 문을 열어준다는 분석이다.

 

콘서트장 풍경도 달라졌다. 중년 여성의 응원봉, 아빠와 딸이 나란히 입은 아티스트 공식 티셔츠 인증샷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부 부모는 딸과 함께 팬사인회 응모에 도전하거나 포토카드 교환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무대 위 아티스트의 빛나는 에너지만큼이나 객석을 채운 가족 구성원 전체의 응원은 쉽게 눈에 들어온다. K-팝은 그들에게 세대 차이를 세대 공유로 바꾼 가장 반짝이는 문화다.

 

1990년대 소녀·소년팬이 2025년 엄마·아빠·이모·삼촌 팬으로 진화했다. 중학생 딸을 둔 A씨는 “걸그룹 아이브의 콘서트장에 데려다주면서 딸의 최애 가수를 알게 됐다”며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사춘기 딸과 대화가 편해졌다. 처음에는 딸의 운전기사였지만 이제는 딸과 팬 사인회를 함께 가는 사이”라고 웃었다.

 

◆가족 팬덤의 그림자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가족 팬덤의 확장과 함께 팬 문화의 일각에서는 극성 ‘엄마팬’의 과도한 개입과 과열된 경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랜(LAN)선맘’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즐겨 쓰는 표현이다.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실제 자식처럼 여기고, 성장과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다. 팬 활동이 곧 육아가 되는 셈이다.

 

일명 맘질은 이런 심리를 기반으로 등장했다. 실제 엄마팬부터 엄마 같은 마음을 자처하는 10대까지, 아이돌을 자식처럼 여기며, 그들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 문화다. 아이돌의 스케줄을 모니터링하고 드라마나 예능 출연시 응원하는 아이돌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 고가의 선물까지 보낸다. 수백만원 상당의 도시락, 건강식품, 티셔츠 등은 ‘우리 멤버의 분량을 챙겨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여러 아이돌 멤버가 동시에 출연할 경우, 팬들 사이에서 ‘내새끼 띄우기 경쟁’이 벌어지고 드라마는 은근한 압박 속에서 균형을 잃기도 한다.

 

맘질의 또 다른 방식은 온라인 여론전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다. 아이돌의 방송 분량이 적다고 느끼면 시청자 게시판에 수십, 수백개의 항의글이 올라온다. 물론 연예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활동이 점차 과도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콘텐츠의 흐름을 조작하거나 다른 출연자와의 비교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방송국 관계자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까지 맘팬의 관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티스트 지인의 SNS 계정을 찾아다니고, 이성 친구일 경우 헤어짐을 강요받기도 한다. 선을 넘는 이러한 행동은 연예인 본인은 물론 주변인의 사생활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가족 팬덤은 K-팝이 단순한 음악을 넘어 정서적 공감과 세대 연결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지나쳐 콘텐츠의 공정성을 해치고 제작진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변질된다면 본질이 흐려진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과도한 팬 활동이 정작 자녀와의 관계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엄마가 더 열성적이라서 부담스럽다”는 한 10대 팬의 말처럼 팬 활동이 세대 간 소통을 넘어 경쟁으로 치닫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이 자녀의 영역을 침범하고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더 이상 건강한 팬 문화라 할 수 없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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