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반이 말려 있는 선천적 장애가 있다. 샷들이 펀치샷처럼 보이는 이유다.”
옥태훈이 처음으로 자신의 장애를 고백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새 왕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 시즌 첫 투어 다승에 2주 연속 우승이다.
옥태훈은 29일 전북 군산CC 토너먼트 코스(파72·7611야드)에서 열린 KPGA 군산CC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묶어 노보기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2주 연속 우승이다. 지난 22일 끝난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옥태훈은 이번 대회마저 집어삼켰다. KPGA 투어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서요섭이 2022년 8월 바디프랜드 팬텀로보 군산CC 오픈과 9월 LX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올 시즌 KPGA 투어 대회에서 다승을 거둔 것은 옥태훈이 처음이다. 이에 제네시스 포인트 1위(4940.90포인트)를 지켰고, 상금 순위에서도 1위(8억2307만9679원)를 질주했다. 올 시즌 톱10 피니시에서도 시즌 7차례로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최근 2개 대회 우승을 포함해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준우승, KPGA 클래식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회 종료 후 기자회견에 나선 옥태훈은 “2라운드 끝나고 목에 담이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우승이 나왔다”며 “4라운드 1번 홀에서 보기 위기를 맞았는데 파로 잘 막았고, 2번 홀에서 이글을 기록하면서 탄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간절했다. 사실 3라운드 종료 후 믹스트 존 인터뷰에서 “시즌 첫 다승 기회…”라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옥태훈은 “아! 정말 죄송한데, 그 질문은 내일 해주세요”라고 끊었다. 옥태훈은 이날 “어제 너무 감사하게도 그 질문을 해 주셨는데, 답을 할 수 없었다”며 “우승이 정말 간절했는데, 그 질문에 답을 하면 최종 라운드에서 계속 생각날 것 같아다.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없이 플레이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미소지었다.

옥태훈은 2022년 아시아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에서 정상에 오른 뒤 2승을 기록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하지만 2승 뒤 3승까지는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옥태훈은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멘털적으로 많이 성숙한 것 같다. 골프는 멘털 스포츠라고 하지 않나”라며 “원래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차분하고 침착하게 플레이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옥태훈은 이날 자신의 장애에 대해 처음 밝혔다. 그는 “제 스윙을 보시면 마치 핀치샷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사실 골반에 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많이 말려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선수들처럼 피니시 동작이 안 나온다”고 고백했다.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사실 20살에 될 때까지 자신도 몰랐다. 옥태훈은 “아주 어릴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중3, 고1때부터 스윙이 이상하게 안 돌아가더라. 너무 이상해서 20살 때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며 “그 때 처음 이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래 긍정적이다”고 활짝 웃었다.

KPGA 투어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휴식기에 돌입, 약 2개월 후인 오는 8월28일 개막하는 동아회원권오픈으로 재개된다. 옥태훈은 “사실 이번 올 시즌을 앞두고 연습량을 엄청 늘렸다. 천배? 만배 정도 될 것이다. 비시즌 훈련하면서 처음 눈물도 흘려봤다”며 “휴식기 동안에도 계속 훈련을 할 것 같다. 아시안투어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결정을 바꿨다. 샷할 때 머리가 떨어지는 습관이 있는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교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산=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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