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하루하루가 꿈만 같고 소중하다. 소노의 신인 정성조는 남자프로농구(KBL) 역사상 최초의 비선출(비선수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신인 드래프트서 3라운드 2순위로 소노에 지명되면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어느덧 정규리그 출전만 6경기째, 본인을 향한 의문부호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팬들도 정성조를 향해 열렬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응원곡인 밴드 데이식스의 ‘웰컴 투 더 쇼’가 홈구장 고양 소노 아레나에 울려 퍼질 때면 선수 본인이 “없던 힘도 만들어서 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직접 택한 응원곡이기에 더 뜻깊다.
정성조는 “드래프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노래인데, 프로가 된 후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치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라 뭉클한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과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잠재력을 믿고 손을 잡아준 소노 구단과 팬들에게 남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정성조는 2000년생으로 엘리트 경력이 전혀 없다. 홍대부중에서 3개월가량 농구를 배운 게 전부고, 그 뒤로는 동호회와 3대3 농구 무대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이규섭 IB스포츠 해설위원은 “보면 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혹시나 2라운드 순번에서 뽑히지 않을까 했다”며 “여지껏 전문적으로 농구를 배우지 않은 선수가 맞나 싶었고, 여기서 어떤 색깔을 입히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엄지를 올렸다.
사령탑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김태술 소노 감독은 “프로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지도자 입장에서) 한번 제대로 키워보고 싶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승패가 기운 가비지 상황에만 코트 위에 오르지 않는다. 비록 실패했지만, 4쿼터 클러치 3점슛 상황을 맡긴 11일 KCC전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연습 때도 그렇고, 마지막 한 방에서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잘 안됐지만, 계속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격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다만, 보완점도 극명하다. 바로 체력이다. 김 감독은 “3, 4분 뛰면 몸이 폴더가 접히듯 힘들어하더라. 저러다 다치겠다 싶어서 교체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잔근육을 늘려 몸과 체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몸이 아직 프로에 맞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 좋게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고 말한 정성조는 “높은 순번에 뽑힌 것도 아니고, 내게 주어진 시간(계약 기간)이 길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구단의 배려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일같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롤모델은 팀 동료이자 KBL 최고 가드 중 한 명인 이정현이다. “언젠가는 (이)정현이 형처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올스타전서 3점슛 콘테스트에 출전한다. 이기완 소노 단장의 적극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성조는 환하게 웃으며 “단장님께서 ‘나가볼래’ 하셨고, 곧바로 ‘네.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전국에 계신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다고, 우승이라든지 엄청난 목표를 세운 게 아니다. 잘 즐기다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줍은 출사표를 전했다.
코트 위에서 주저하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친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 형들로부터 ‘자신 있게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소노의 일원으로 출전하는 만큼 적극성을 잃지 않겠다. 팀에 조금 더 보탬이 되기 위해 최대한 망설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끝으로 정성조는 “프로에 온 지 두 달 정도 흘렀다. 나를 증명하는 데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를 믿고 격려해 주시는 모두를 위해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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