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 형과 (김)택연이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이들처럼 압도적인 선수가 되겠습니다.”
프로 2년 차에 접어든 프로야구 KT의 신예 우완 원상현이 “평범한 선수로 남고 싶지 않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상현을 포함해 김도영(KIA), 김택연(두산)은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기둥이다. 동시에 선의의 경쟁자다. 스타트 라인은 김도영과 김택연이 먼저 끊었다. 김도영은 2024시즌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이미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김택연 역시 신인상을 거머쥐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같은 또래의 활약상을 지켜봐야 했던 원상현은 이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동기부여’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영이 형이나 택연이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면서도 “다만 동경하는 걸로 그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처럼 압도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프로라면 최고를 노리는 게 당연하다”고 힘줘 말했다.
데뷔 첫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출발은 좋았다. 신인으로 참여한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이에 이강철 KT 감독은 스프링캠프 투수 우수선수로 원상현을 택했을 정도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는 의미다. 여기에 시범경기 호투로 개막 로스터 승선에도 성공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정규리그 22경기(10경기 선발) 동안 평균자책점 7.03(65⅓이닝 51자책)에 머물렀다. 구위를 떠나 장기 레이스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부담감도 컸다. 몸무게는 한때 83㎏에서 73㎏까지 줄었다. 원상현은 “지난해 신인으로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다. 돈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발판 삼아 더 발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원상현은 비시즌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운동에 매진하며 근육량을 늘렸다. 몸무게도 83㎏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몸무게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90㎏까지 증량하고자 한다”며 “단기간에는 어렵다. 2년 정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내게 더 적합한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도 다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와카야마 마무리 캠프에서는 투구폼을 수정했다.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린 뒤 한번 털어내는, 이른바 ‘이중키킹’ 자세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한때 와인드업을 아예 배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원상현은 “작년 후반기부터 셋포지션으로만 던졌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본에서 ‘무작정 조급하게 던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독님 말씀을 듣고 투구폼을 바꿨다”고 밝혔다. 덧붙여 “(감독님께서) ‘킥을 하면서 투구 동작을 조금 잡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에 와인드업 자세를 다시 하면서 키킹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제법 익숙해졌다. “커맨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원상현은 “투구폼 변화도 그렇고, 제구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내 공을 과신해서 세게 던질 생각만 했다. 많이 반성했다. 투수는 모름지기 ‘볼 같은 스트라이크’와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구분해서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달라질 모습을 예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종 레퍼토리 다양화도 신경 쓰고 있다. 투심 패스트볼을 갈고 닦았다. 원상현은 “작년 등판 중 이강철 감독님께서 (투심) 그립을 알려주시더니 던져보라고 하셨다. 그전까지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지만, 손에 잘 맞고, 결과도 좋더라”며 미소 지었다.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소형준, 김민(SSG)을 졸졸 따라다녔다. 투심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그는 “절실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그저 그런 상태로 머무를 것 같아 걱정돼 형들에게 매달렸다”고 전했다. 기존 포심 패스트볼, 결정구인 커브 등과 혼용해 다양한 구종 레파토리를 가져갈 계획이다.
KT 마운드 농사의 키를 쥐었다. 윌리엄 쿠에바스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고영표 막강 선발진에 소형준, 오원석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다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매년 부상 병동에 시달린 KT다.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에 선발과 불펜을 두루 오갈 수 있는 ‘기대주’ 원상현의 존재가 새삼 소중하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결국 투수로 승부하는 팀”이라면서 “현시점 주목해야 할 선수는 단연 원상현이다. 작년 이맘때와 다르다. 한층 성숙해지고, 더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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