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아래에 작은 엠블럼 하나를 더 새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야구 LG 사이드암 투수 심창민이 2025시즌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답게 재치 있는 표현이 돋보였다. 8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2025년 선수단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우승을 향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이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제 나이가 있는 편이다. 그냥 ‘우승’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꺼내는 것보다는 어휘력을 약간 발휘해 봤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전 소속팀 NC에서 방출된 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쌍둥이 군단에 새 둥지를 텄다.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심창민은 삼성과 NC에서 11시즌을 활약했다. 통산 485경기에 등판했고, 31승29패80홀드51세이브 평균자책점 4.22(491이닝 230자책) 성적을 올렸다. 과거 국가대표 뱀직구 투수로도 명성을 떨쳤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바 있다.
다만, 최근 3시즌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2022년 NC에 합류한 뒤 1군에서 뛴 건 16경기뿐이었다.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은 10.24(9⅔이닝 11자책), 제구를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55명의 타자를 상대해 볼넷 12개, 몸에 맞는 공 4개를 내줬을 정도다. 이 가운데 2024년에는 1군 등판 없이 2군(퓨처스리그)에만 머물렀다. 이에 심창민은 시즌 종료 후 전력 외 판정을 받았고, 그의 손을 LG가 잡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8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심창민을 향해 “경험이 많은 선수”라면서 “지난해 입단 테스트를 지켜본 바로는 활용 폭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팀에 온 만큼 기분도 색다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와 잘 맞는 기분”이라고 웃은 심창민은 “팀 분위기도 낯설지 않아 무척 좋았다”고 합류 소감을 전했다.
지난 부진을 복기하면서 반등을 노린다. 몇 년간 계속된 제구 문제도 극복 과제 중 하나다. 심창민은 “내 투구 밸런스는 조금 독특하다. 삼성에서는 ‘고유의 것’을 유지하는 편이었다면, NC로 가면서 오픈마인드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였다. 많은 게 바뀌면서 개인적으로 혼란이 왔다. 포수에게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고,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다. 또 자유계약선수(FA) 시즌이 다가오면서 욕심이 과해지면서 오버페이스한 것도 있다. 강하게 던지려고, 안 맞게 던지려고 하는 압박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NC는 데이터 야구를 잘 활용하는 팀인데, 나는 그걸 받아들이면서 착각을 한 것도 있다”며 “나 역시 데이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했다. 데이터 야구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가 가진 ‘고유의 것’을 후순위에 뒀다. 그게 무뎌지더라. NC에서 나온 후에는 몸을 만들면서 나만의 감각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1년만 더 해보면 후회가 안 남을 거 같은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서른을 넘겼다. 심창민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선수들은 모두 압박감 속에 있지 않나. 한번 (방출) 경험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올 시즌을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고, 후회 없이 야구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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