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체제의 대한축구협회가 안일한 행정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장 선거 투표를 하루 앞두고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8일로 예정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투표가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가 허정무 후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연기된 투표일은 재조정 중이다.
이 같은 사태는 축구협회장 선거를 관장하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영위 위원을 구성했을 때부터 기본적인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선거인단명부작성 일정 공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선거인단 추첨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고, 선거인단도 규정인 194명보다 21명 적은 173명을 구성했다. 정책토론회 개최에도 끝까지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으며 선거 과정이나 일정이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았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 선거가 ‘깜깜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불투명’의 연속이다. 앞서 협회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행정으로 지탄받은 바 있다. 남자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정 회장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정 회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를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내부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회장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서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 논란 속에도 4선 도전에 나선 정 회장은 결자해지의 각오로 과감한 개혁을 통한 축구협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장 본인이 치르는 선거 과정마저 공정성에 논란이 불붙으면서 출마의 정당성마저 위협받게 됐다.
각종 우려가 여전히 모두 해소되지 않았다. 당장 축구협회는 다음 달 초까지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조치를 의결해 문체부에 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정 회장이 이번 선거판에서 우위에 있지만 당선되더라도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선거운영위의 허술함이 드러나면서 선거 주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는 아예 향후 모든 선거 진행에 대한 업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경우 내부 선거관리운영위원회도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신뢰도가 바닥이며, 진행 과정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 바 위탁 진행을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신 후보는 “중앙선관위는 이미 대한체육회의 선거를 맡아 운영 중에 있다”며 “혼란에 빠진 축구협회장 선거를 공정하게 운영할 유일한 주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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