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싸니 지르고 본다”…중국산 기피는 옛말

입력 : 2025-01-08 18:12:22 수정 : 2025-01-08 18:15:0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알·테·쉬’ 中 이커머스 국내 공세 가속
저렴하고 기대치 낮아 부담 없이 구매
“해외시장 개척, 中 내수 침체 돌파구로”

“불필요한 건 맞지만 자꾸 앱을 열고 들어가게 되네요. 속칭 ‘예쁜 쓰레기’라고 하죠. 친구들에게 깜짝 선물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제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보니 돈 낭비는 맞겠네요. 그래도 가격이 저렴해서인지 부담은 덜한 것 같아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32)는 평소 ‘가성비’보다는 ‘양질의 제품’을 택하는 소비성향을 가졌다. 하지만 C커머스 ‘테무’를 알게 되면서 1000원∼3000원 사이의 잡화를 잔뜩 사들인 뒤 해외 배송을 기다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주로 키링, 스티커, 파우치 같은 잡화를 산다.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일명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3대장의 영향력이 국내서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 C커머스에서 사는 제품은 낮은 품질로 기피돼왔던 게 사실이다. 여전히 C커머스를 이용하면 배송이 느리고,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나 반품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저품질 C커머스 제품’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마치 뽑기를 하듯 물건을 산 뒤 양질의 제품이 오길 고대한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배를 연다.

C커머스 쇼핑을 인증하는 ‘테무깡’, ‘알리깡’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이는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다량 구매한 후, 성공인지 꽝인지 열어본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워낙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기대 자체가 크지 않다. 생필품보다 잡화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A 씨는 “테무에서 크록스 모양의 키링을 샀는데, 가방에 걸려고 하자마자 고리가 똑 떨어지더라”며 “사실 품질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애초에 품질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1000원 남짓이니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B 씨(21)는 “테무는 완제품보다 취미를 위한 부자재를 구매하기 좋다”고 말한다. 그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꾸미거나, 비즈 스트랩(줄에 모조 장식품을 꿰어 만든 액세서리)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테무에서 구매한다. B 씨는 “재료를 하나둘 담다 보면 10만원은 훌쩍 넘는다. 앱을 삭제해야 하나 싶다”며 웃었다.

의외로 의류 쇼핑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C 씨(26)는 “국내 보세 쇼핑몰에서 본 옷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것을 찾아내 산다”고 말했다. 쇼핑몰들이 중국에서 떼어 온 의류를 그냥 알리를 통해 직구해버리는 셈이다. C 씨는 “애초에 저렴하게 한철 입을 옷이고, 똑같은 제품이라면 배송기간이 길더라도 알리에서 직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진출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 시장의 침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코트라 난징무역관은 중국 인구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기존 시장이 생산능력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해외시장 개척이 이를 해결할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 구매력이 높은 한국은 지리적 이점과 소비자 수요가 결합된 매력적인 시장으로,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에 이상적이라는 분석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