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세명기독병원 정형외과 이정현 과장은 서울대병원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고 지역 의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9년째 이곳 정형외과를 지키고 있다. 특히 상지와 수부 외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다. 팔꿈치, 어깨, 손 등이 불편할 경우 이정현 과장을 찾는 환자가 많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포항은 철강과 어업이 발달한 도시다. 아무래도 복잡한 외상 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제가 가진 전문성이 지역에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세명기독병원은 1950년 설립된 이후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의료기관이다.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도시나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의료 수준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류인혁 원장님 등 뛰어난 의료진이 계시고 그들이 세명기독병원을 포항지역 정형 분야 수준을 올려놓았기에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얻어 지역 의료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어 펠로우를 마치고 벌써 9년째 포항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상지와 수부 분야를 전문으로 하신 계기가 궁금하다.
“상지와 수부는 신체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며, 환자의 일상적인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기능이 제한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손상된 부위를 재건하고 기능을 복원하는 일이 저에게 큰 보람이다.”
-주로 어떤 환자를 치료하시나.
“포항은 철강과 어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산업재해와 외상도 종종 보인다. 우리 병원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 중 산재 환자는 10% 미만이며, 특히 기계 사고로 인한 절단 부상, 손가락 골절, 신경 손상 등 급성 외상 환자도 종종 본다.
물론 외상뿐 아니라 손목터널증후군, 건초염, 관절염, 회전근개 파열, 석회성 건염 등 만성질환으로 내원하시는 분도 많다. 대체로 반복적인 작업이나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하거나, 노화로 인해 점차 진행되는 경우다. 젊은 세대에서도 피트니스 활동 증가로 인한 어깨나 팔꿈치 부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수부 및 상지 외상과 같이 고도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포항세명기독병원의 진료와 수술 수준을 믿고 방문해 주신다. 인근 구미, 경주, 울진, 울산, 심지어 대구 부산 등에서도 찾아주신다. 이는 병원이 대도시나 대학병원에 비견될 만한 치료 수준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나.
“50대 남성이 제철소에서 기계에 팔이 말려 심각한 회전 손상을 입고 내원하셨다. 윗팔의 뼈가 분쇄 골절됐고, 혈관과 신경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상황이었다. 손상 정도가 너무 심각해 자칫 팔을 완전히 잃을 위기에 놓여 있었던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당장 골절 고정을 진행하면서 혈류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혈류가 복구되지 않으면 조직 괴사가 일어나 팔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시 환자의 혈관손상이 너무 심하다보니 다학제적 치료가 필수였다. 다행히 우리 병원에는 흉부외과, 외과 등과의 협진이 가능하다. 흉부외과와 혈관 재건술을 시작했다. 여기에 유방암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 선생님이 겨드랑이 부위 액와신경 등 구조물을 봐주시며 섬세한 수술이 가능했다.
이후 환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신경 손상의 정도를 정밀히 평가한 결과, 예상보다 더 광범위한 신경 손상이 확인됐다. 어깨 아래의 거의 모든 신경이 마비돼 팔꿈치, 손목,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의 다리 뒤쪽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감각신경을 채취해 팔과 손의 운동신경을 재건하는 수술에 나섰다.
결국 여러 번의 추가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환자는 팔과 손의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했지만, 손목과 손가락의 신전기능은 제한적이었다. 다시한번 손목 근육 이전술을 시행해 손목과 손가락의 운동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고, 결과적으로 환자는 일상생활과 가벼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의료진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환자가 새로운 삶을 되찾게 된 순간은 저에게도 큰 감동이었다.”
-세명기독병원 정형외과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일단 우수한 실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많다. 위의 사례뿐 아니라 보통 혈관 재건술에 나설 때에는 혈관뿐 아니라 인대, 뼈 등까지 모두 봐야 한다. 당연히 손상 범위가 클수록 혼자 다 못한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나절, 심지어 10시간도 넘게 걸리기도 한다.
대학병원의 경우 보통 파트별로 전문의는 한두분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상지를 다루는 과장만 6명이다. 힘든 환자가 생겨 밤새야 할 것 같으면 돌아가면서 수술한다. 하루 수술하고 마취 깨웠다가 여러 번 수술해야 할 것을 한번에 끝낸다. 아주 큰 장점이다. 애초에 오랜 시간 함께한 과장들이다. 급한 상황이 오면 다들 수술실 근처에 와서 기웃거리며 도와줄 것 없는지 대기하고 있다(웃음). 든든하다.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
“포항세명기독병원은 단순히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아니다.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믿음직한 의료기관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생명과 기능 회복의 희망을 줄 수 있다.
실제 응급 처치뿐만 아니라 혈관, 신경, 뼈, 근육 등을 재건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과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도시나 대학병원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지역 내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이 불필요해짐으로써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환자는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재활 치료와 추적 관리를 받을 수 있어 치료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안도감을 준다. 우리 병원은 지역사회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수지‧상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알려달라.
“안전 교육과 보호 장비의 적절한 사용이 가장 중요하다. 작업자들이 위험 요소를 이해하고, 보호 장갑과 같은 적절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또 작업 전 스트레칭과 기계 점검 등 기본적인 준비도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신속한 응급처치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작업자들에게 기본적인 응급처치 방법을 교육하고 현장에 응급 키트를 비치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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