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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성실함이 무기인 김영환, 초보 코치로 제2의 인생 시작

입력 : 2023-05-26 08:00:00 수정 : 2023-05-25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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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KT 코치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인생 2막도 성실함으로!”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란 편견을 깼다. 김영환(39)은 철저한 몸 관리로 16년 동안 프로농구에서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았다. 이제는 ‘김영환 KT 코치’가 직함이다. 오랜 기간 꿈꾸던 기회가 오자 과감하게 은퇴를 선택했다. 선수 시절 장점이었던 성실함을 무기로 지도자로서 새 꿈을 펼친다.

 

◆편견과 싸웠던 지난날

 

김영환은 김해가야고 시절 양희종(은퇴)과 함께 쌍벽을 이뤘다. 2007년 드래프트 8순위로 KTF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통산 16시즌 동안 총 665경기에서 평균 8.9득점을 기록했다. 입단 당시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고려대를 거쳐 프로에 입성할 때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양희종이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김영환은 8순위까지 떨어졌다.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

 

김영환은 “무릎은 중학교 때부터 안 좋았다. 그때 당시에는 아파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방에서 운동하다 보니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무릎이 아팠지만 성장통이라 생각했다. 통증을 참고 뛰었던 것이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또 “대학교 때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프로 첫해는 참고 뛰었는데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무릎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병원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얘기도 들었다. 김영환은 “국내에서 잘한다는 병원들을 돌아다녔다. 무릎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재활하다가 계속 아프면 은퇴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린 나이에 정말 큰 충격이었다”며 “당시 추일승 감독님이 수소문을 해주셨다. 독일로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100%는 아니어도 노력하면 80~90%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안고 있었던 무릎 부상, 김영환이 평생 몸관리에 시간과 투자를 하게 된 이유다. 현역 시절 철저한 몸관리로 유명했던 그는 “처음엔 힘들었다. 술 마시는 것도 좋아했지만 목표가 생기니까 그런 것들은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농구를 하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했다”며 “운동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행복했다. 무릎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고 전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무릎 부상 탓에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16년 동안 현역으로 맹활약했다. 김영환은 “내가 승부욕이 있다. 주위에서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내가 보여줄게’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인 평가에 흔들리기보단 오히려 자극받아 노력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김영환 KT 코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은퇴 결정을 도와준 한 마디

 

지난해 KT와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최근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김영환은 “팀에 변화가 있는 상황이었다. 구단에서 먼저 제의를 해주셨다. 농구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지도자에 대한 꿈이 컸다. 프로에서 코치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1년 더 했을 때 선수로서 얼마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또 난 출전 시간을 어느 정도 가져가야 퍼포먼스가 나온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번 기회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아내의 한 마디도 결정적이었다. 김영환은 “아내가 ‘어릴 때부터 지도자 생각이 그렇게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냐’고 하더라.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날 위해서 해준 말이라고 느꼈다. 더는 미련 두지 않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줬다”고 전했다.

 

은퇴한 선수들은 해외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 머리를 식히기도 한다. 김영환은 쉼 없이 한국 프로농구의 코트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사실 지난 시즌 벤치에서 많이 쉬었다(웃음). 연수를 다녀오면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한국에도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여쭤보고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더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몸으로 부딪히는 편이 내가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환 KT 코치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코치 김영환의 시작

 

선수 시절부터 오랜 기간 주장을 맡아왔고 리더십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초보 코치지만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자신 있다. 김영환은 “주장을 하면서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도 많이 배웠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후배들도 진심으로 따라온다. 주장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를 대표하는 베테랑에서 이제는 초보 코치로서 송영진 감독을 보좌해야 한다. 김영환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과감히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보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도자가 됐을 때 어떤 농구를 해야겠다는 것이 있었다. 주위에서 조언을 들어보니 선수를 그만두고 코치를 바로 시작하면 자기만의 생각이 너무 강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 농구를 보는 시선이 좁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다양한 농구 영상들도 많이 본다. 여러 가지를 보다 보면 나중에 어떤 농구를 해야겠다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며 “지금은 선수들의 데이터 보는 법, 외국 선수들 영상 분석 등 기본적인 것부터 배워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치일 때도 가장 큰 무기도 역시나 성실함이다. 선수 시절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포부다. 그는 “운동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 난 어떤 재능이 있을까 고민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아내가 ‘성실한 게 가장 큰 재능이다’고 말해줬다. 타고난 게 많이 없는 데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재능이라고 해줬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하는 것 하나는 정말 자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선수 때처럼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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